아이와 대화를 나누려 문을 두드렸다가, "아, 또 왜 저러지"라는 한숨과 함께 돌아서본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아이의 방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거실로 터덜터덜 걸어 나온 기억은요. 우리는 누구나 아이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다정하게 묻고 다정하게 대답을 들는 평화로운 저녁 식탁을 꿈꿉니다. 하지만 현실의 대화는 어쩐 일인지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돌아오곤 합니다.
"공부는 언제 할 거야?", "스마트폰 그만 좀 봐!" 부모의 입장에서 이 말들은 모두 아이를 향한 걱정과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귀에는 이 모든 말이 '너는 아직 부족해', '너는 내 기대를 저버리고 있어'라는 질책의 언어로 가닿습니다. 방황하는 사춘기의 아이들은 세상의 차가운 바람을 맞고 집으로 돌아와, 유일하게 마음을 놓아야 할 가정에서마저 채찍질을 당한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를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헌신이 몰라라 짓밟히는 것 같은 서운함에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의 진심은 왜곡되고, 오해와 침묵의 벽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갑니다.
그렇다면, 이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마음을 여는 대화의 첫걸음은 놀랍게도 '말하기'가 아니라 '침묵과 듣기'에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혹은 방에서 마지못해 기어 나왔을 때, 우리는 흔히 쏟아내고 싶은 말들을 삼켜야 합니다. 아이가 밥을 먹는 동안, 혹은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예열은 시작됩니다. 당장 무엇인가를 캐묻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 태도, 그것이 바로 아이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무언의 위로입니다.
아이의 입에서 비로소 말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그 말의 '내용'이 아니라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 학원 진짜 가기 싫다"라고 투덜댈 때, 많은 부모들은 즉각적으로 "누구는 가고 싶어서 가니? 다 미래를 위한 거야"라며 훈수를 두거나 당위성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이 순간 아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인생의 진리가 아닙니다. "요즘 학원 숙제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지쳐서 많이 힘들구나" 하는 공감의 한마디입니다.
말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어휘를 순화하는 기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이를 나와 다른 독립된 인격체로 온전히 존중하겠다는 마음의 태도 전환입니다. "너는 왜 항상 그 모양이니"라는 너 중심의 '유-메시지(You-message)'를 "엄마(아빠)는 네가 그렇게 지쳐 보이면 마음이 많이 아파"라는 나 중심의 '아이-메시지(I-message)'로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나의 불안과 걱정을 아이의 탓으로 돌리는 대신, 나의 솔직한 감정을 담담하게 전할 때 아이의 방어막은 자연스럽게 내려앉습니다.
물론, 이러한 대화법을 실천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품에 안겨오는 드라마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진심 어린 다독임에도 아이는 퉁명스럽게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런 차가운 반응에 낙담하거나 화를 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 역시 자신의 감정을 소화하고 표현하는 서툰 연습을 하는 중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날 선 비난 대신 품어주는 언어를 선택하겠다는 부모의 다짐은, 보이지 않는 스며듦처럼 아이의 마음에 천천히 온기를 전해주기 마련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와 마주 앉았을 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지긋이 바라봐 주세요. 그리고 물어봐 주세요. "오늘 하루, 네 마음은 어땠니?"라고요. 완벽한 질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조금 서툴고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그 눈빛에 담긴 진심 어린 호기심과 따뜻한 온기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돌아왔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상처를 주던 말의 언덕을 지나, 이제 서로의 손을 잡고 건너는 이 다정한 소통의 길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포근한 쉼터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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