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을 보다가 배터리가 1퍼센트 남았을 때의 그 아찔함을 기억하나요? 화면이 깜빡거리며 곧 꺼질 것 같을 때, 우리는 온통 마음이 급해집니다. "제발 충전기 연결할 때까지만 버텨줘!" 하고 간절히 바라지요. 우리 안의 믿음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배터리처럼, 믿음은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매일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고 힘입니다. 그런데 가끔 교회나 예배당에서 "믿음을 가져라"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아주 거대하고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경책을 몇 독 해야 할 것 같고, 기도를 몇 시간씩 해야만 생기는 대단한 능력처럼 다가오기도 하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믿음이란 그렇게 우리 삶과 동떨어진 어려운 개념일까요?
사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믿음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려고 매일 아침 올라타는 버스 기사님을 우리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 기사님이 면허가 있으실까?', '나를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며 버스에 타는 청소년은 없죠. 그냥 '여기에 타면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겠지' 하고 자연스럽게 몸을 맡깁니다. 의자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를 믿고 숨을 쉬고, 친구와 나눈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믿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처럼 믿음이란 사실 우리 일상에 아주 깊숙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태도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성경 속에서 믿음의 전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아브라함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아브라함이 살던 시대는 지금처럼 네비게이션이 있거나 구글 맵으로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그에게 불쑥 찾아와 말씀하셨죠. "너는 네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생각해 보세요. 당장 내일모레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평생 살아온 터전과 친구들을 다 버리고 떠나라는 겁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부모님이 "자, 오늘 당장 모든 걸 정리하고 지도에도 안 나오는 곳으로 이사 갈 거야" 하신다면 어떻겠습니까? 아마 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거나, "어디로요? 왜요? 무슨 근거로요?"라며 수십 가지 질문을 쏟아낼 것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달랐습니다. 그는 완벽한 계획서를 받아 든 것도 아니고, 미래의 청사진을 미리 본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했기에, 당장 눈앞이 깜깜해도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믿음의 진짜 얼굴입니다.
믿음은 내 지식이나 능력으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잘 모르지만, 나를 가장 잘 아시는 그분이 이 길의 끝에 선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는 걸 믿어" 하며 내 손을 그분께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에서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기도 하고, 가장 친한 친구와 오해가 생겨 속상하기도 하며, '내가 과연 이 진로로 계속 나아가는 게 맞을까?' 하는 깊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지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은 청소년 시기를 지나는 여러분의 마음을 짓누르는 가장 큰 돌덩이일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믿음이라는 배터리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합니다. "네 실력을 증명해 봐.", "네 힘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해." 물론 노력도 중요하고 실력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라면 우리는 금방 지치고 방전되고 말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 당장 답을 다 알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쥐고 아등바등하는 대신, "하나님, 제 삶의 진짜 드라이버는 당신입니다. 제게 가장 좋은 길을 예비해 두셨음을 믿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믿음입니다.
믿음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와이파이 신호처럼 만질 수도 없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도 없죠. 하지만 와이파이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듯,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두려움이 찾아올 때 마음의 평안을 선물하고, 실패 앞에서 주저앉을 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오늘 하루, 거창한 믿음을 가지려고 애쓰기보다 내 일상 속 작은 부분에서부터 하나님을 신뢰해 보는 건 어떨까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눈을 감고 속삭여 보세요. "하나님, 저는 지금 이 상황이 두렵고 막막하지만, 제 곁에 계신 당신을 믿습니다." 그 작은 고백이야말로 여러분의 믿음이라는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가장 확실하고 놀라운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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