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완벽한 인생'을 훔쳐보는 게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은 늘 세상 가장 행복해 보이고, 공부도, 외모도, 교우 관계도 막힘이 없어 보이죠. 그러다 문득 내 거울 속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나만 왜 이렇게 부족하지?', '내 삶은 왜 이 모양일까?' 하고 말이에요. 성경에 나오는 위대한 인물들, 그러니까 다윗이나 모세, 바울 같은 사람들은 우리와는 아주 다른 차원의 슈퍼히어로들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늘 용기가 넘치고, 의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즉각 멋지게 순종했을 것만 같죠.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교과서나 설교 시간에 듣던 위인전 같은 이야기 속 성경 인물들을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들도 우리와 단 1도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연약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찌질하고, 겁 많고, 실수투성이였죠.
자, 수천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볼까요? 거기에 아주 거대한 거인 앞에 선 소년이 있습니다. 이름은 다윗.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은 철갑옷으로 무장하고 으르렁거리고 있었고, 그에 비해 다윗은 칼도 뭣도 없는, 그냥 양치기 소년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전교 꼴찌가 전교 1등이자 일진인 학생과 맞짱을 뜨러 나간 셈이에요. 다윗이 골리앗 앞에 서서 물맷돌을 돌릴 때, 그의 심장 소리가 어땠을까요? "콩닥콩닥"이 아니라 "쿵쾅쿵쾅" 터져 죽을 것 같았을 겁니다. 다들 벌벌 떨며 도망치기 바빴죠. 다윗이라고 겁이 안 났을까요? 당연히 무서웠을 겁니다.
다만 다윗이 우리와 달랐던 단 한 가지는, 그 두려움의 시선을 거인 골리앗에게서 하나님께로 옮겼다는 점입니다. "너는 칼과 창과 단기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다윗의 이 고백은 쿨하고 멋진 선언이라기보다, 사실은 떨리는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외친 절박한 주문 같았을지도 몰라요. '하나님, 저 지금 다리가 후덜거리거든요? 진짜 무섭거든요? 근데 주님이 저랑 함께하신다고 했으니까, 저 진짜 믿고 돌 던집니다?' 하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믿음이란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그 순간에도, 내 눈앞의 거인보다 내 손을 붙잡고 계신 하나님이 더 크다는 걸 찐으로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다윗의 믿음이었습니다.
신약으로 넘어와 볼까요? 베드로라는 사도를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이 형님은 진짜 '상남자'이자 충동의 아이콘이에요. 예수님이 바다 위를 걸어오실 때, 다들 유령이라고 소리 지르는데 베드로는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여 물 위로 오라 하소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진짜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걷죠. 와, 대박이지 않습니까? 인간의 다리로 바다를 걷다니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바람이 부는 걸 보는 순간, "어라? 내가 지금 물 위에 서 있네? 빠지면 어쩌지?" 하는 순간적인 의심과 공포가 찾아왔고, 그와 동시에 몸이 푹 꺼지며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허우적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베드로의 모습은, 마치 시험 기간에 공부 하나도 안 해놓고 "하나님, 이번 시험만 구제해 주시면 다음부터는 정말 새벽기도 나갈게요!"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우리의 모습과 어쩜 이렇게 똑닮았을까요.
재미있는 건, 예수님이 물에 빠진 베드로를 건져 올리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예수님은 베드로가 물에 빠졌다고 혼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바람을 보고 무서워한 그 인간적인 연약함을 아시면서도, "너, 바다 위를 걸을 때 그 몇 초 동안은 나를 온전히 믿었잖아. 그 마음, 그거면 된 거야"라고 다독여 주시는 것만 같습니다. 베드로는 완벽한 믿음의 소유자가 아니었습니다. 매번 넘어지고, 말실수하고, 심지어 예수님이 가장 위급할 때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찌질한 제자였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번 다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 그게 바로 베드로가 보여준 믿음의 본질이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이겁니다. '내가 뭔가 대단한 업적을 쌓아야 하나님이 나를 예뻐하실 거야', 혹은 '기도를 열심히 하고 성경을 하루에 세 장씩 읽어야만 내 믿음이 진짜가 될 거야' 하는 착각 말이에요. 하지만 성경 속 인물들을 보면, 하나님은 완벽한 모범생들만 골라서 쓰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툭하면 사고 치고, 도망치고, 의심하는 문제아들을 골라 그분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으셨죠.
모세를 생각해 보세요. 그는 살인자에다가 말까지 더듬는 컴플렉스 덩어리였습니다. 하나님이 "너 내 백성을 이끌어내라"라고 하셨을 때 모세가 뭐라고 했습니까? "하나님, 저는 절대 못 합니다. 다른 사람 보내세요"라며 핑계를 대고 도망치려 했어요. 아브라함은 늙도록 아이가 안 생기자 자기 하녀를 통해 아이를 낳는 실수를 저질렀고, 엘리야는 거대한 승리를 맛본 직후에 로뎀나무 아래서 "하나님, 이제 차라리 저를 데려가 주세요. 저 혼자 남았어요"라며 우울증에 걸려 을 짜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엉망진창이고 나약한 사람들이 어떻게 성경에 믿음의 영웅으로 기록될 수 있었을까요? 그들이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그들의 삶을 붙들고 계신 하나님이 대단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수없이 넘어졌지만, 넘어질 때마다 다시 주님을 바라보았고, 하나님은 그 연약함의 틈 사이로 당신의 놀라운 능력을 부어주셨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모습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에 빠져 살고, 친구 관계에서 상처받고, 부모님과의 대화는 늘 어긋나고, 내 미래는 막막하기만 한가요? '나는 믿음이 너무 없어서 교회 가기도 부끄러워'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완벽한 성인이 아니라, 방황하고 고민하며 때로는 불평하기도 하는 여러분의 그 진솔한 모습 그대로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다윗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세상의 거인 앞에 서 있나요? 그렇다면 그 떨림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세요. 베드로처럼 눈앞의 풍랑 때문에 주저앉아 눈물 흘리고 있나요? 그렇다면 "주님, 저 좀 건져주세요" 하고 손을 내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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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손을 잡아줄 유일한 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위로는 명확합니다. "너희가 엉망진창이어도 괜찮아. 나에게는 너희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있단다." 오늘 하루, 내 안의 작은 두려움과 의심을 숨기려 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꺼내놓아 보는 건 어떨까요? 그 솔직함에서부터 진짜 믿음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입니다.